세계 경제가 휘청거린다, 일본 원전 폭발로 불안감 확산…뉴욕증시 폭락 올 최저치 기록
일본 대지진으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애초 지진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으나 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잇따른 폭발 소식과 방사능 물질 유출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소식이 이어지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금융시장 출렁=뉴욕증시는 직격탄을 맞았다. 17일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242.12포인트(2.04%) 빠진 1만1613.30로 장을 마쳐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우지수는 1월 3일 1만1670.75포인트를 기록한 이래 오름세를 이어오다 2월 중순엔 1만2340선에 근접했었다. 이후 중동지역 정정불안으로 등락을 거듭해왔다. 나스닥 지수 역시 50.51포인트(1.89%) 내린 2616.82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24.96포인트(1.95%) 떨어진 1256.91을 나타내며 올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이를 반영하듯 일명 ‘공포 지수’로 불리는 VIX(변동성 지수)는 전날보다 19% 높아진 29.07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고베 지진 당시보다 큰 폭으로 상승, 향후 주가에 대한 불안심리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권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안전 자산 수요는 크게 늘었다. 채권과 금쪽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16일 금값은 온스당 1396달러로 전날보다 3.40달러 상승했다. 달러에 대한 엔화 가치는 2차 대전 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6일 엔·달러 환율은 79.73을 기록, 2차대전 후 최저 환율인 1995년 4월 19일의 79.75 아래로 떨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강세가 예상되나 중장기적으로는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정책 당국의 시장 개입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일본의 재정적자가 더욱 악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내 자동차나 전자·IT 산업으로도 대지진 파장이 번지고 있다. 도요타·닛산·미쓰비시·마즈다 등은 일본의 본사나 협력업체의 조업 중단으로 물량이 감소, 일부 생산을 중단했다. ◆회복세 주춤=이번 일본 지진의 피해 규모가 1995년 고베 지진 당시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미국·아시아·유럽 등 세계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상승세를 보였던 경제회복세가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골드먼삭스는 일본 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충격이 탄력을 받고 있던 경제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으며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까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번 지진으로 일본이 입은 피해는 고베 지진 때보다 1.6배 이상 큰 것으로 보고 있으며, 당시처럼 V자형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평가다. JP모건은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을 당초 3.5%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중동지역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지진의 악재까지 겹친 결과다. 2분기 성장률 역시 4%에서 3.5%로 내렸다. 모건스탠리 역시 상반기 경제성장을 흐리게 전망했다. 중동지역 리스크로 그 동안 유가가 급등, 소비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건스탠리는 1분기 성장률을 4.5%로 예상했으나 3%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언급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대지진 피해로 각종 공급망이 훼손돼 생산 차질을 우려했다. 노무라연구소 미국법인 한상훈 부사장은 “피해를 입은 동북부 지역은 고베보다 경제 규모가 크지 않고, 현재까지 피해 규모라면 일본 국내총생산량의 1~2% 정도로 여파를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했고, 날마다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 문제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김동희 기자 dhkim@koreadaily.com